<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
시인선 102 / 장이소 시인
26-01-29 14:55

장이소 시집(시인수첩 시인선 102)
언어의 순환과 변주를 통해 일상을 재발견하는 시적 실험
시인수첩에서 장이소 시인의 신작 시집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이 (시인수첩 시인선 102번째)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 구성으로 52편의 시와 산문 「자주는 자주를 만나」를 수록하고 있으며, 언어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일상적 사물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독특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표제작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이 보여주는 순환적 구조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다. “사탕 / 막대로 / 이루어진 / 막대 / 사탕”으로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언어는 단순한 말놀이를 넘어 존재와 인식,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도구가 된다. 시집 시인의 말에서 장이소 시인은 “막대 하나가 손안에 들어와… 네 손을 잡고 가”라고 말한다. 이는 시인과 독자가 함께 걸어가는 시적 여정에 대한 초대이자, 언어라는 ‘막대’를 함께 잡고 가자는 제안이다. 시인은 산문에서 “내 시에 옹알이가 많은 것 같다. 말을 배워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시를 쓰고부터 말을 다시 배우게 된다.”라고 고백한다. 이는 시 쓰기가 언어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1부는 「간판에 걸려 있어」로 시작하여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두부, 공놀이, 바나나 등 평범한 사물들이 시적 사유의 매개체가 되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특히 「두부의」에서는 “두부를 팔았다 한때 정신을 팔듯이”라는 표현으로 일상과 존재의 문제를 연결하며 일상 사물의 재발견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달 사람」, 「정거장엔 꼭 나무가 있었으면 해」 등을 통해 공간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전개한다. “30m의 거리에 5m마다 나무를 심으려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할까?”라는 수학적 질문으로 시작하는 「정거장엔 꼭 나무가 있었으면 해」는 계산과 실제 경험의 차이를 통해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3부는 언어 실험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으로, 「안개」, 「토마토를 연습하는 사과」 등에서 동음이의어와 언어유희가 절정에 달한다. 「먼지」에서는 띄어쓰기를 활용한 시각적 실험을, 「풀 그리는 법」에서는 그림 그리기와 시 쓰기의 경계를 탐색한다.
4부는 ‘자주’ 연작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자주-time after time」, 「자주-지루한 사랑」, 「자주-自做」 등을 통해 같은 소리를 가진 다른 의미들이 어떻게 서로를 비추고 확장하는지 보여준다.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은 한국 현대시의 언어 실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다. 동음이의어와 언어유희를 통한 의미의 확장, 일상 사물을 통한 철학적 사유, 형식 실험을 통한 새로운 읽기의 제안 등은 이 시집이 보여주는 중요한 성취다. 특히 ‘이해’에 대한 시인의 독특한 관점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하기로 했을 때 그건 아무 일 아닌 게 된다”라는 난해한 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해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를 수용하는 태도는 현대시 읽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장이소 시인은 언어를 ‘막대사탕’처럼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가며 그 달콤함과 쓴맛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과 일상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산문 「자주는 자주를 만나」에서 시인은 자신의 창작론을 밝힌다 “시는 재발견이고 삶은 모르는 것. 그래서 자주, 자주에 들어가는 것이고 자주하는 것이니까.”, “이해한다는 건 자신만이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돌아간다 해도 앞으로 걷는 것처럼, 반복해도 반복되지 않는, 따라 해도 따라가지지 않는 자신만의 길일 것이다.” 이는 시 읽기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발견해 가는 여정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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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에서
코끝에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나
향수를 향수로 쓰고 싶다
온천동 어디쯤 되었을 때였다 차창 너머로 내 이름이
간판에 걸려 있었다
틀릴 수도 있지만
다른 서랍을 열게 하는
우리로 하여 별을 믿게 하시는군요
저 별빛은 나를 향해 오래전에 출발했을 것이다 한 번
의 믿음은 얼마나 큰 의심을 샀을까
밤에 비친 별
찬란한 건 믿고 있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했나
모르는 내가 어김없이 나온다
- 「간판에 걸려 있어」 전문
누구에게나 돋보이는 것 하나쯤 있잖아요
풀어보면
당신의 어깨는 보자기이고
그 속에서 길이 뻗어 나올 때 네 개를 오므리는 대신
하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감감합니까?
돋보기를 드릴게요
서 있는 당신을 보면 다리 사이로 사이만 보이고
걸어가는 직선은 곡선 같기도 합니다 직선으로 곡선을
그리는 컴퍼스
파이는 조각 같으니까요
내 손에 있는지도 모르는
돋보기: 그리하여 돋보이는 것
가까이 있으면
보다 더 사물로 보이고 가까이 가서 보면
세상 사물들이 모두 뿌옇게 보이는
그런 날
나를 상상하며 내가 없는 곳을 찾아 멀리 달아나
날은 저물고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곳에 이르러 주위
를 둘러보면
다리 밑에 있습니다
있었는데, 있는 달처럼
그만 던져버리고 싶은 돌은
돌아오지 않는 조각이고
울음은 조각에 매달면 불어나는 파이 같습니다
한쪽이 들어맞는 상상은 다른 한쪽을 지나온 기억 같고
돋보인다는 건
그 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아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
걷는다로 읽습니다 건넌다로 들립니다
다리만 보입니다
누구에게나 돋보이는 것 하나쯤 있으니까요
아무에게나 있지는 않지만
- 「달 사람」 전문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라 해놓고
하늘을 보니 풀이 지천이었다
땅을 가리기 좋구나
우리 염소를 키우자
구름엔 풀이 자라고 있었다
내가 심지 않아도 잘 자라는
하늘엔 구름이고 풍족할 것인가 소중할 것인가
구름엔 또 하늘
자고 일어나면 풀이 쑤욱 자라
발목을 감고 헤엄치고 다니기 좋은
염소는 낮에도 밤을 입고 있었다
한 놈은 어리고 한 놈은 그보다 어려
얼굴은 어둡고 눈은 더욱 어두워
들여다볼수록 초점을 잃었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라
소금을 먹은 염소는 집으로 올 때 길을 잃지 않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듯이
연기와 입김은 닮아 내게 주인 행세를 가르치곤
풀피리 잘도 불어 주던
그 밤
풀이 비에서 풀려나오듯이 사이에도 실패가 있어
반복은 마디를 낳고 마디를 낳고
변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엇이든 밤이 될 수 있겠니
굳은 팔다리 사이로 흙을 털어 묻고 묻는다
지천으로 비탈을 이루는 비탈에서
- 「방목」 전문
일자로 뻗었다. 길을 가고 있는데 알지도 못하는, 필요도 없는 지팡이가 손에 착 달라붙는 거였다. 나는 발작적으로 던져버리려 했지만 도리어 나를 내동댕이치는 거였다. 그러니까 내 손목을 꺾은 건 누굴까. 나를 내동댕이치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팡이일까, 나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을까. 화가 날 사이도 없이 아프다고 느낄 사이도 없이 지팡이를 잡고 일어나야 했다. 이런 걸 갑자기라고 부른다면 좀전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고 지팡이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래 아무 일 없는 거다.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하기로 했을 때 그건 아무 일 아닌 게 된다. 나는 애써 가던 길을 가려고 발을 내딛는데 무언가 내 발을 건다. 두 번 세 번 그것도 넘어진 곳에서. 이것도 반복연습이 필요한 걸까. ‘도대체 내게 왜 이래?’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따져 묻는다. 이번에도 지팡이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다. 자신이 할 말을 내가 하고 있다는 듯 물끄러미. 갑자기란 원래 물끄러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게 왜 이러는 것일까. 저는 나와 어울리지도, 나는 저를 원한 적도 없는데. 나하고 당신이 무슨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묻자, 그제야 물끄러미는 조금 전에 내가 저를 잡고 일어난 사실을 들먹이며 원한 적이 없다는 말은 자신을 속이는 말이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자신을 너무 과신하는 거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것도 내 귓가에 대고.
나는 세게 들이받고 말았다. 내 귓불에 누군가의 입김이 닿으면 소름이 돋고 토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 머리에 저처럼 오래전부터 뿔이 있었다 하더라도. 찌르려던 것에 찔릴 때가 있는 것처럼. 주먹 같은 것이 머리에 붙었다 싶었을 때. 물끄러미 속삭이는 지팡이에서 나무둥치 뽑히는 듯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아닌 순간이 나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내 안에 있는 것이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닐 것이다.
물끄러미는 계속 속삭였다. 처음 자신이 넘어지려는 그때 길을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므로 자기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나는 일어나려고, 저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그렇지만 왜 그이고, 나인가. 그렇다면 나는 나인가. 여지없이 손잡이가 녹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려는 순간 바람이 자신의 몸을 돌돌 말고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회오리 문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여지가 여지를 키우는 것처럼. 그 순간에는 언제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잡았던 기억만 있고 잡으려고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쥐었다 놓는다. 바닥을 잡으려는 바닥에서 스위치를 찾는
-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 전문
◨ 시인의 말
막대 하나가 손안에 들어와… 네 손을 잡고 가
2025년 12월 장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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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산문 엿보기
자주는 자주를 만나
흩어진 점
아직도 왼쪽 신발을 오른발에 끼우고 문을 나서지는 않니.
지향은 이미 지향에 있지 않아 지향하고 싶습니다. 사탕을 입에 물고 가는 아이의 명랑함을, 가볍고 가벼움을 지향하며. ‘그래, 착하지, 그래선 안 돼 안 돼…’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되기’를 강요하며 어른이 되었다고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니.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어른이어야 하지만 실은 “흩어진 점”1)이어서 내 안에 자라지 않은 아이가 있는지 몰라.
그래 자주 넘어지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자주 울게 되지는 않니. 그런 나를 등 뒤에서 혹은 내 앞에서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손을 잡아 줄래. 그때 그 아이에게 사탕 하나가 전부이듯이 손잡이가 되어 줄래.
하찮고 사소함을 전부라 여기며 사탕을 물고 막대를 잡고 간다.
네 손을 내가 잡고.
하찮음은 하찮음만이 할 수 있어서 아무도 아무것도 대신 할 수 없을 테니.
강요하지 않을게.
시는 재발견이고 삶은 모르는 것. 그래서 자주, 자주에 들어가는 것이고 자주하는 것이니까.
코끝에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나
향수를 향수로 쓰고 싶다
온천동 어디쯤 되었을 때였다 차창 너머로 내 이름이 간
판에 걸려 있었다
틀릴 수도 있지만
다른 서랍을 열게 하는
우리로 하여 별을 믿게 하시는군요
저 별빛은 나를 향해 오래전에 출발했을 것이다 한 번의
믿음은 얼마나 큰 의심을 샀을까
밤에 비친 별
찬란한 건 믿고 있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했나
모르는 내가 어김없이 나온다
-「간판에 걸려 있어」 전문
내 시에 옹알이가 많은 것 같다. 말을 배워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시를 쓰고부터 말을 다시 배우게 된다. 말을 배울 때 입안에서 말을 굴리고 노는 아기, 말하자면 ‘자주와 자주’, ‘향수와 향수’는 내게 옹알이와 같은 것이다. 사랑을 모르므로 “사랑하기 전부터 사랑했”듯이 내 의지와 무관 유관 나도 모르게, 나는 옹알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 옹알이가 나비가 될까,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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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는 시간은 사실 연속된 ‘선’이 아니라 흩어진 ‘점’이다. -카를로 로벨리 『The order of time(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쌤앤파커스)-
이해
한 편만 읽어도 다 읽은 것이다. 다 읽으면 더 읽은 것이다. 더 읽어도 다 읽은 것이라면 다 읽어도 한 편만 읽은 것이라서, 자주 슬픈 영화를 봅니다. 슬픈 음악을 듣고 “슬픔에 가득 차서 항상 기뻐”2)(「자주-적」)합니다. 자주는 안주하고 싶은 나의 삶이고 자주(慈主)이며 탈피하고 싶은 내 주거지, 돌아보면 “입가에서, 꼬리를 끌며 물을 흔드는 잎사귀 하나”(「바나나 함수」), 네 얼굴에 꽃 그림자 졌구나. 저기 흰 목에 햇살이 젖었구나. 그런 아이에게 쥐여 준다. 지금 깨어 있으라고 막대를 잡으라고.
자주야, 왜 자주 하지 않고 자주 하니?
아이는 자주 궁금해. 이해되지 않아, 자주 묻습니다.
‘문자 자체의 해독은 부차적인 것’3), 이해한다는 건 자신만이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돌아간다 해도 앞으로 걷는 것처럼, 반복해도 반복되지 않는, 따라 해도 따라가지지
않는 자신만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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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흐의 말.
3) 이해는 모두 자신이 예부터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이지 외면적으로 굴러들어온 것이 아니다. -주자.
강요하지 않을게.
네 맘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낄 테니.
그래 아무 일 없는 거다.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하기로 했을 때 그건 아무 일 아닌 게 된다. 나는 애써 가던 길을 가려고 발을 내딛는데 무언가 내 발을 건다. 두 번 세 번 그것도 넘어진 곳에서. 이것도 반복연습이 필요한 걸까. ‘도대체 내게 왜 이래?’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따져 묻는다. 이번에도 지팡이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다. 자신이 할 말을 내가 하고 있다는 듯 물끄러미. 갑자기란 원래 물끄러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게 왜 이러는 것일까. 저는 나와 어울리지도, 나는 저를 원한 적도 없는데. 나하고 당신이 무슨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느냐 묻자, 그제야 물끄러미는 조금 전에 내가 저를 잡고 일어난 사실을 들먹이며 원한 적이 없다는 말은 자신을 속이는 말이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자신을 너무 과신하는 거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것도 내 귓가에 대고.
-「사탕 막대로 이루어진 막대사탕」 부분
장이소 시인
202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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