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도서관>
신명옥 시인
26-04-23 16:41
팔월의 도서관
신명옥 시집
★책 소개★
미루나무 꼭지에서 쏟아지는
이 빛의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팔월의 도서관]은 신명옥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트램펄린」 「색채론」 「팔월의 도서관」 등 55편이 실려 있다.
신명옥 시인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자랐고, 강릉교육대학교와 상명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대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해저 스크린] [팔월의 도서관]을 썼다. 우리는 신명옥의 시를 통해 그동안 대립적으로 인식되어 온 여러 개념이나 생각들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선형적 도식이 소멸하면서 다양한 수평적 타자들이 어울려 웅성거리는 소리를 그 안에서 듣게 된다. 그의 시가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생성과 소멸, 진화와 퇴화 같은 것들이 분절적 개념이 아니라 한 몸으로 묶여 있는 양면적 운동임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그의 시 안에서 삶이라는 것이 단선적 사건들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채 흘러가는 것이고, 서정시가 자기 충실성을 벗어나 타자들의 구체적 삶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그의 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여 주면서, 그것을 가장 완결성 있고 개성적인 형식으로 담아낸 세계였다고 할 수 있다. (이상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정우신 시인
★시인의 말★
어둠을 건너온 별이 또렷해질 즈음
늦게야 찾아낸 고원의 이름
그곳으로 가기 위해 더듬이를 접는다
바랑에 어느 것을 넣을지 망설이는 동안
빈 가지에 눈이 쌓인다
◨시집 속의 시 두 편
트램펄린
바람이 햇살로 하프 줄을 튕긴다
물개구름 위로 뛰어오른 풍선은 누구의 맨발일까
새 악보를 펼치는 싱그러운 아침에게
오늘의 노래는 몇 박자입니까
오늘의 머플러는 무슨 색깔입니까
길 위의 돌멩이가 중얼거린다
하늘에 떠 있는 쿠션은 붙박이가 아니랍니다
날마다 돋는 깃털을 시간의 발자국이라 부르지요
정오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해바라기 고개가 기울어지면 건너편으로 자리를 바꾸는 그늘
담쟁이덩굴이 담장을 넘어가고 일과를 마친 그림자가 건물 뒤로 돌아간 뒤
저녁이 허공에서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딴다
붉은 공작새가 긴 꼬리를 끌고 능선 너머로 날아가면
텅 빈 포구로 반짝이는 은어 떼가 몰려올 것이다
해거름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밀물이 들기 전 구름 아래 벗어 놓은 신발을 찾아야 한다
팔월의 도서관
이곳은 책들의 집, 소리는 반입 금지
종이 속 문장을 드나드는 눈들
페이지 넘기는 소리, 하품 소리, 볼펜 굴리는 소리, 신발 끄는 소리
유리창에 비치다
양버즘나무 푸른 잎사귀 속에 열린 열람실
가지 위에 걸려 있는 나
유체 이탈 영체처럼 여기에 있으면서 저기와 거기 편재하는 나
거센 바람과 폭우는 출입 금지
유리 동굴 안에서 넘긴 쪽수만큼 깊어진다 믿으며, 오늘보다 내일이 환해진다 여기며,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홀로그램 속에서, 유령처럼 앉아 있는 동안 환영처럼 사라지는 날들
구름에 걸린 벽시계가 울리다
빗줄기가 오른쪽 뺨에 걸린 살구나무 가지를 흔들다
우산 든 행인들이 책상과 나를 유유히 통과하다
내가 사용하지 못한 바깥의 날들
팔월이 몽땅 오토바이에 싣고 능소화 핀 돌담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다
신명옥
2006년 『현대시』로 등단하였고 『해저 스크린』를 낸 이후 두 번째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