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구두
박해림 - 2026년 봄호
2026-01-27아름다운 구두
박해림
‘간판이 바뀌었다
‘아름다운 구두’
다 닳은 뒷굽을 온 힘 다해 다듬는
수선공의 굽은 등 위 출렁인 물결이
구두 속 깊은 어둠을 뒤집을 때
굳은살 뭉툭한 손 위로
구름이었다가 비바람이었다가 새벽이었던
그때의 날들이 우루루 쏟아져 내린
오후의 햇살이 사위어 갈 때 더 빛을 내는
속살마저 싱그러운 구두가 되고 싶은
구두수선공의 날랜 손
아름다운 손

박해림 시인
1996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슬픔의 버릇』, 『오래 골목』, 『그대 빈집이었으면 좋겠네』,『고요, 혹은 떨림』, 『바닥 경전』, 『실밥을 뜯으며』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