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나비
강영은 - 2026년 봄호
2026-01-27가랑잎 나비
강영은
고요가 꽃을 피우는 순간
존재하고 있으나
존재를 깨닫지 못하는
나비가 있다.
무덤 위 떨어지는 가랑잎
무덤 위 날아가는 가랑잎인 줄 알았는데
고요를 완성하는
날개가 있다.
꽃을 보고 있으나
꽃에 닿지 못하는
나비가 있다.
네가 떠난 것도
내가 떠난 것도 아닌데
낙화를 완성하는
날개가 있다.
너는 모른다.
네 몸속에 얼마나 신비한
날개가 있는지
그 빛깔을 알지 못하는
너의 쓸쓸함이
너의 보호색이라는 걸
네가 알지 못하고
나를 알지 못하는 그 빛깔이
나를 눈멀게 하는
사랑이라는 걸
나무껍질만 흉내 내는 너는
끝내 알지 못한다.

강영은 시인
2000년 『미네르바』 등단.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시집: 『그리운 중력』 외 8권, 에세이 집: 『산수국 통신』,
아르코 문학 창작 기금, 세종 우수도서, 출판공사 우수콘텐츠, 문학나눔 도서 선정,
수상: 시예술상, 한국시문학상, 한국문협 작가상, <문학청춘>작품상, 서귀포문학상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