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무
박판식 - 2026년 봄호
2026-01-29가을나무
박판식
너는 금가루
굳이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그 집 괘종시계는 원하는 대로 자신의 주인을 바꾼다
사람이 너무 가까워 벽이나 거울 같을 때가 있다
그래 이 세상은 믿을만한
물건은 아니다
네가 너를 망가뜨리는 동안 나는 나를 세척하고 있다
가을하늘에 둘러싸여 샤워하고 있다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던 팔년 전 가을이 생각난다
왜 아무도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주지 않을까 원망했지만
그 지옥은 바로 나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더 길고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는 가을
가을은 갓길
갯벌이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너는 또 얼마나 외로웠니 잎 하나 없이
서 있다가 바람 같은 것이 오면
유령진동처럼 떨고 있는 가을나무

박판식 시인
200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밤의 피치카토』,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시집『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