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배송
서안나 - 2026년 봄호
2026-02-02유령 배송
서안나
돈이면 다 된다
유령도 배송된다
어떤 유령은 새벽에도 도착한다
도서산간 지역은 배송비가 추가되기도 한다
배송 중인 유령을 조회하면
유령은 브레이크가 없다
배송 기사들이 유령을 싣고
속도의 제단 위로 흩어진다
정지는 퇴출이다
속도는 약자들의 도덕이 되었다
인간은 타인의 새벽과 피부를 훔친다
인간의 노동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새벽 배송은 인간이 만든 형벌
속도는 우아하고 부패를 앞지른다
우리는 신선한 유령을 옹호한다
배송 완료 메시지가 뜨면
현관 앞에 배송기사들이
얼굴을 두고 가기도 한다
박스를 열면
사라지는 내가 있다
택배 상자를 밀봉한 테이프에
흙이 되지 못한 땀방울이 묻어있다
나는
휘어지는 유령의 궤도를 사랑한다

서안나(徐安那) 시인
1990년 《문학과 비평》겨울호 시 등단,
시집:『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립스틱발달사』,『새를 심었습니다』,『애월』외 동시집, 평론집과 연구서 출간.
《불교문예》 작품상 수상, 대학 출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