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은 음악이 되어
정재학 - 2026년 여름호
2026-06-01음향은 음악이 되어
― 귓속에 사는 새
정재학
왼쪽 귓속에 사는 새가 운다
백색소음 바람이 분다
바람 소리 표면에
528Hz의 금속성 소리가 얇게 흐르고
바람 소리가 새의 울음 뒤에 있다
새의 슬픔이 커지면
639Hz로 운다
고막은 사막처럼 넓게 펼쳐지고
반복되는 음향 속에서
나는 서쪽으로 깊숙이 걷는다
온통 모래바람뿐인 이곳은 사막 전체의 어디쯤일까
전체라는 건 환상
음향은 음악이 되고
사막도 환상
나도 환상
고막도 환상
귀도 환상
이명도 환상
내가 없으니
귀도 없고 이명도 없는데
환청은 아니다

정재학 시인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