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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2026년 가을호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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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효치

 

 

 

  문득 석양이 붉은 날

  82회 <야인시대>를 보다가

  내 몸에서 스며 오르는 화약 냄새

 

  불발탄을 줍던 수철이가

  돌로 탄피를 뽑다가 죽어간 신작로에

  후투티 울음소리 피가 배었지

 

  길에 널브러진 얼룩 구름들

  쓰러진 자리공 줄기를 타고

  잊었던 폭음이 들려온다

 

  지금도 누군가는 무기를 만들고

  분주한 전화기 속으로는

  역류하는 역사가 흘러 들어오고 있지

 

  흰옷을 입은 여인은 재가 되어 삭아 버리고

  아직도 생생한 기다림만 돌올(突兀)한데

 

  서쪽에서 들려오는 포성에

  묘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 이 모순의 순정

  피난민들의 어설픈 연기(演技)가 오히려 위로가 되는

  나의 시대

 

 

 

 

 

  

 

  문효치 시인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계백의 칼』, 『어이할까』, 『바위 가라사대』 등 15권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