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또는 제누아즈*

성기완 - 2026년 가을호

2026-08-19

  불멍, 또는 제누아즈*

 

 

 

  성기완

 

 

 

  모닥불 앞에서 노을을 본다

  케이크에 박힌 촛불도

  과연 본다는 건 무엇인가

  펄럭이는 저 춤은 열기의 둔갑

 

  시신 없는 화장터에서

  기대에 부푼 장작의 설레임

  낮은 진폭의 흥분

  땔감 스스로 부르는 레퀴엠

 

  불멍은 왜 룰렛인가

  타들어 가는 기름진 우연

  불꽃 마술과 거품의 탄력

  어둠이 재를 먹는다

 

  잔잔한 축가가 끝나면

  사르르 녹는 사건의 케이크

  손가락을 빠는 아가의 쾌락

  방아쇠에는 영혼이 없다

 

  * 제누와즈(Génoise): 스펀지 케이크, 또는 초를 꽂는 케이크의 폭신한 베이스

 

 

 

 

 

    

  성기완 시

  1994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

  시집『쇼핑갔다 오십니까?』(1998)을 비롯, 모두 6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수상 : 2015년 제1회 김현문학패 시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