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반데룽(Ringwanderung)

김다온 - 2023년 겨울호

2025-03-01

 

 

 

 

링반데룽(Ringwanderung)

 

 

김다온

 

 

 

1

적도의 중심에서 벗어난 직진

경로를 다시 검색하는 순간

도로 간판이 쏟아졌다

급제동으로 뒤틀리는 지평선

경계가 흐릿해진 길을 재촉할수록

멀어지는 목적지

선택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거리의 중심좌표를 이동시켜야 한다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 것은

안개를 몰고 온 졸음과

순식간에 뛰어든 착각

망설임으로 놓친 오후가

익숙한 습관으로 속도를 불렀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따라가다

방향이 풀어진 땅

직진이 의심되는 순간

지도 속의 길이 엉켰다

 

2

가시거리를 벗어난 신호는

방향을 따라 이동하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돌아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높은 빌딩 사이에서

맴을 돈다

 

핸들에 앉아 멈춘 풍경들

어디쯤에서 직관이 풀렸는지

 

정적 속으로 쏟아지는 빗소리

다시, 경로를 탐색한다

 

 

* 링반데룽(Ringwanderung): 같은 주위를 계속 맴돌며 방황하는 현상.

 

 

 

 

 

 

 

김다온 시인

2012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등단.

 
 

AI 해설

 

 

이 시는 방향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방황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길을 찾으려 할수록 목적지가 멀어지는 모습은 삶에서의 혼란과 선택의 어려움을 반영합니다. 방향 감각이 흐려진 채 익숙한 습관에 따라 움직이지만, 결국 제자리에서 맴돌 뿐입니다. 빌딩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맴도는 모습은 현대인의 불안과 방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다시 경로를 탐색하는 장면은 끝없는 방황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적 시도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