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커튼
유병록 - 2023년 겨울호
2025-03-01
회색 커튼
―꿀잠 선물 가게의 잠 아저씨
유병록
꿈속까지
당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나요?
이걸 보세요
한쪽은 회색이고
다른 한쪽은 검은색인 커튼이에요
무늬는 없어요
걱정이 쏟아져 들어오는
당신의 창문에
이 커튼을 달면
안심해요
누구도
당신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침실은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요새가 될 거예요
다만
따사로운 아침 햇살과
그리운 사람들의 방문조차도
가로막을 수 있으니
이 점 주의하시길
유병록 시인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가 있음.
AI 해설
이 시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안식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회색 커튼이라는 상징적 소재로 표현합니다. 커튼은 외부의 위협과 걱정을 차단하는 보호막이 되지만, 동시에 따뜻한 햇살과 소중한 사람들까지도 가로막을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방어벽이 오히려 고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불안을 피하고 싶은 욕망과 외부와의 연결을 유지하고 싶은 갈망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