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기억
김사이 - 2023년 겨울호
2025-03-01
계절의 기억
김사이
계절은 섞이고 경계는 깊어졌다
아지랑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시간
너는 고요한 통증으로 거기에 있다
나를 노랗게 복제하고 있다
관계가 쉼 없이 피로를 재생산한다
계속하여 가공되고 있는 진실은
땡볕 한복판으로 사무쳤다
올긋볼긋 벗어 놓은 허물에 단풍 들었다
단풍이 야근하다 몸살을 앓는다
골목을 오가는 발길엔 눈이 없어
반지하 방 창에 한파가 달라붙어서
죽음을 필사하고 있다
왜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왜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문 닫은 그 길에 네가 아직 있다
김사이 시인
2002년 <시평>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가 있음.
AI 해설
이 시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겪는 감정과 기억의 잔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며 관계는 피로를 쌓아가고, 진실은 점점 가공된 형태로 변해간다. 자연의 순환 속에서 단풍이 물들고 시든 듯이, 삶도 지치고 흔적을 남긴다. 추운 반지하 창문에 들러붙은 한파처럼, 기억과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고통을 남긴다. 마지막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이별과 침묵 속에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르는 존재를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