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길
김규성 - 2023년 겨울호
2025-03-01
너에게로 가는 길
김규성
너를 기다리는 동안*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다
사흘이 갔다
나흘이 갔다
닷새가 갔다
엿새가 갔다
한 주가 갔다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하루를
또 다른 하루로 손꼽으며
설레다가
불안에 젖다가
스스로를 달래다가
그리움조차 숨을 죽인 시간으로
네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소슬하고 산만한 꿈속에서
낯선 오지를 헤매인다
그때마다
소란의 언어를 고요로 삭이며
가만히
더 가만히 나는 아예 접어두고
한 생각만 한다
그러면서
더욱 그러면서
네가 오는 그 길을 가고 있다
노을 진 바다에서
해가 뜨는 산등성이를 향해
가고 있다
이윽고 언어의 잔해조차 사라진
영원의 입구에서
돈오 후의 점수처럼 가고 있다
네가 혼신으로
스스로를 꽃피우고 열매 맺을 때
가장 가까이서
보이지 않게 두 손 꼭 쥐고 곁을 지킨
그 길을 가고 있다
그 뒤안길에서
또 해야 할
내 몫의 일이 있을 것이기에
그것이 비록
먼발치에서의 숨은 기도일지라도
우리가 숨 쉬는 동안은
네 기억 속에
뜨겁고 맑게 함께 있고 싶은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황지우의 시에서 차용
김규성 시인
200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중심의 거처』 외 3권, 산문집 『모경(母經)』 외 3권 , 평론집 『남도 시의 현재와 미래』 등이 있음
AI 해설
이 시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기다림과 헌신을 담고 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며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지만, 그리움 속에서도 묵묵히 상대를 향해 나아간다. 꿈속에서조차 길을 헤매지만, 결국 그 길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 바라보는 길임을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며 곁을 지키는 마음은 깊은 사랑과 희생을 의미한다. 끝내는 상대의 삶을 응원하고 함께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사랑의 여정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