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슴뿔버섯을 본 적 있나요
고두현 - 2023년 겨울호
2025-03-05
붉은사슴뿔버섯을 본 적 있나요
고두현
새끼 사슴 뿔 자리 가려워
자꾸 허공을 치받을 때
세 살부터 두개골 뚫고
하루 1인치씩 자라는 뼈
하늘 높이 치솟는 게 용의 뿔 같아서
녹용이라 부르지요. 동물 중 유일하게
뿔 속에 피가 흘러 단면이 붉답니다.
버섯 중에도 붉디붉은 속뼈처럼
뇌쇄적인 붉은사슴뿔버섯이 있는데요.
봄 타는 사람 눈엔 영지버섯 닮았지만
내막은 치명적인 맹독성에
별명도 속 뒤집히는 화염버섯이지요.
그래도 전혀 쓸모가 없진 않아
강력한 독성으로 암세포 죽이는
항암제로 유용하죠.
화염산 봄꽃 필 때
변성기 직전 사춘기 사슴과
울대처럼 붉게 피는
용뿔 모양 뿔버섯이 운 좋게
만나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답니다.
고두현 시인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달의 뒷면을 보다』 등이 있음. 유심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AI 해설
이 시는 붉은사슴뿔버섯과 사슴의 뿔을 연결하여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역설을 표현한다. 사슴의 뿔은 피가 흐르는 유일한 동물의 뿔로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붉은사슴뿔버섯은 강한 독성을 지녔지만 동시에 항암제로 활용될 수 있는 이중성을 가진다. 시인은 이러한 대비를 통해 자연 속에서 공존하는 강함과 위험, 생명과 죽음의 조화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변성기를 앞둔 사슴과 붉게 피어오른 버섯이 조우하는 순간을 묘사하며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