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김언희 - 2023년 겨울호

2025-03-05

 

 

 

 

코골이

 

 

김언희

 

 

 

그녀는 코를 골았다 시속 140 추월 중에도 코를 골았다 버거킹 몬스터 X 그 쓰레기를 우걱거리며 코를 골았다 주제에 추행은 무슨 니가 두 발 달린 비아그라냐 이 헤픈 년아 돌려차기로 까면 까이면서 골았다 그녀는 코를 골았다 주먹이 닿기도 전에 우당탕탕 나자빠지다니 이 개년이 볼링핀도 아니고 우당탕탕 그녀는 코를 골았다 얼마든지 나자빠져 주면서 골았다 맞고 살아도 난 명랑한 년이에요* 명랑하게 명랑하게 골았다 발모제를 먹었더니 불두덩에 구레나룻이 돋아 언니 바라바가 되려나 봐 핸드폰 저쪽 바라바의 너털웃음을 따라 웃으며 골았다 그녀는 코를 골았다 시를 쓰면서도 파괴포락선을 작도하면서도 그녀는 코를 골았다 숭고하게 부풀어 오른 그녀 아닌 것이 그녀를 그녀 밖으로 그녀 너머로 내던질 때도 그녀는 코를 골았다 통렬하게 통렬하게 골았다 발랄과는 아주 멀게 발광과도 발작과도 다르게 그녀는 코를 골았다 심장으로도 골고 나팔관으로도 골았다 의뭉하게 골고 천박하게 골고 표독하게 골았다 죽일 듯이 골고 죽을 듯이 골았다 그녀는 코를 골았다 분만 중에도 하늘이 노오래지는 겸자분만의 와중에도 골았다 눈 뜨세요 눈 떠요 산모님 따귀를 맞아가며 골았다 심정지로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도 그녀는 코를 골았다 산소마스크가 코를 막으면 귀로 골았다 질로 골았다 나에게도 끝이 있다니 하나님한테도 없는 끝이 나에게 있다니 황감하게 황감하게 골았다 그렇게까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입을 그렇게까지 벌리고 골았다 무연 무취 최첨단의 화구火口 속에서도 그녀는 코를 골았다 마침내 운수대통 大 길몽을 꾸게 되다니 불 꿈을 꾸게 되다니 그것도 불이 몸에 붙다니 일확천금의 길몽에서 깨어날까 봐 그녀는 허겁지겁 코를 골았다 숨도 쉬지 않고 골았다 눈이 번쩍 뜨일까 봐 더더욱 빡세게

 

 

* 드라마, <글로리>

 

 

 

 

 

 

 

김언희 시인

1989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요즘 우울하십니까? 보고 싶은 오빠 GG 등이 있음. 청마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시와 사상 문학상 수상.

 

 

 

 

AI 해설

 

 

이 시는 ‘코골이’라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여성의 삶과 존재 방식을 강렬하게 형상화한다. 그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폭력 속에서도, 심지어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코를 골며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코골이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에 맞서고 저항하는 방식이며, 끝없이 지속되는 삶의 투쟁과 연결된다. 특히, 출산과 죽음의 순간까지 이어지는 코골이는 여성의 고통과 생명력을 동시에 상징한다. 그녀는 멈추지 않으며, 세상의 억압과 모순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지막까지도 깨어날까 두려워 더욱 격렬하게 골아대는 모습은 그녀의 처절한 생존 의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