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장(平葬)
이용헌 - 2025년 여름호
2025-06-15평장(平葬)
이용헌
몇 날 밤을 눈 쌓인 가지 위에서 버텼는지
새 한 마리가 툭, 떨어진다.
떨어진 눈 위에 또 눈이 쌓인다.
차갑게 식어가는 날개 사이로
바람이 잠시 숨을 불어 넣는다.
새는 죽을힘을 다해 땅속으로 땅속으로 파고든다.
하늘보다 아늑한 거처가 거기에도 있는지
새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눈은 영원인 듯 새를 덮고
새는 찰나인 듯 영원 속으로 날아가고 없다.
이용헌 시인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가 있음.
AI 해설
짧은 시 안에 생명과 죽음, 자연과 시간, 찰나와 영원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담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며, 각 구절이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전체적으로 시는 ‘한 마리 새의 죽음’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통해 존재와 소멸,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