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로 만든 방
김경인 - 2025년 여름호
2025-06-15재로 만든 방
김경인
의자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림자가 조금씩 짙어지는 걸 본다
더 짙어지거라
침과 땀으로 흥건한
어젯밤 베개에 뒤엉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잘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용서를 빌지 않으면 좋겠다
한 뼘 떨어진
의자에 내내 앉아 있다가
생활은 갑자기
툭,
내 등을 치고 간다
잘 젖어 투명해진
여치처럼
나는
몸을 말고
무늬 없는 내일을
푸르게
울 수도 있다
그러나
햇빛이
남은 무릎을 물고 사라지는 사이
나는 그림자를
시간에다 밀어넣고
잘 타올라
등을 켜고
등이 솟을 때마다
김경인 시인
200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등
AI 해설
이 시는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정적, 무력감, 그리고 그것을 견디며 살아가는 존재의식과 내면의 강인함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시 전반에는 고요한 절망과 그 속에서도 ‘살아있음’에 대한 자각, 그리고 삶에 대한 은은한 저항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