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 白化
문정영 - 2025년 여름호
2025-06-15슈룹 - 白化
문정영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꿔 쓰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햇볕을 쬘 수 없는 흡혈귀병처럼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초들이 희게 변하고 있었다
절정에서 입맞춤하듯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바다는 감정 없이 뜨거워졌다, 리듬이 없는 악보처럼 사랑이 흰 글자로 쓰였다
당신의 눈빛이 그리 식은 적 있었던가
바다의 언어는 깊이다, 자꾸 높이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을지 모르는
당신의 몸이 그늘이거나 구름이면 좋겠다
서로의 색깔을 잃어버린 후
공중에 슬픔이 가득 차 있는 하루를 우리는 나눠 쓰고 있었다
11월 산란기에 白花가 피고 있다는 말은 듣지 말자
그때까지 헤어지자는 우산을 쓰지 말자
더 이상 놀랄 일이 내게 또 있을까
내가 당신의 미래의 일기장이면 좋겠다
* 애니메이션 영화 주인공 니모가 말미잘에서 살지 못하는 날, 해양 어류 1/4이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의 일기장에 써야 한다.
문정영 시인
1997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꽃들의 이별법』 『두 번째 농담』 『술의 둠스데이』 등.
계간 『시산맥』 계간 『웹진시산맥』 발행인. 동주문학상 대표.
AI 해설
이 시 「白化(백화)」는 슈룹이라는 필명의 시인이 쓴 작품으로, 자연 생태계의 변화(특히 산호의 백화현상)를 통해 인간 관계, 감정의 상실, 사랑의 변화 등을 섬세하게 비유적으로 그려낸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