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의 달그림자

강인한 - 2025년 여름호

2025-06-15

호수 위에 달그림자

 

 

 

강인한

 

 

 

파란 은하계의 별들 비질하는

미루나무, 상수리나무보다 드높이

희고 둥근 달 빛나는 시절,

그런 시절 있었네.

 

호수 위 수면을 밀어가는 실바람

물결 사이사이 은빛 윤슬 반짝였네.

걷는 사람들 가슴마다

달빛은 꿈결처럼 스며들었네.

 

—손길 발길 닥치는 대로 사방팔방 오구삼살방으로

이태 동안 돈두(豚頭) 열심히 영역표시 하였것다.

 

먹구름을 몰고 미친바람 불었네, 우듬지를 꺾고

버티고 견디다 부러진 나뭇가지들

잎사귀 후드득 떨구고,

부르르 떨면서 가라앉았네.

비둘기도, 깃을 적신 폐유가 무거워

까무룩 가라앉네 가라앉았네.

 

— 이태가 지났네. 미련한 돈두

동짓달 눈 오는 밤 야단에 법석을 펼쳤네.

 

버려진 폐타이어 비실비실 굴러와

가라앉고 호수엔

철모르고 뛰어든 참새며 날아든 흡혈박쥐 떼 지어

핏빛 울음소리 기름에 잠겨

꺼먼 무지개 목에 걸고 출렁출렁……

호수 위에 달그림자

꿈결처럼 사라져버렸네.

 

 

 

 

 

 

강인한 시인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장미열차1, 시선집 신들의 놀이터2, 비평집 백록시화1. 한국시인협회상, 전봉건문학상 등 수상.

AI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