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없이

이수빈 - 2025년 가을호

2025-08-11

미래 없이

 

 

 

이수빈

 

 

 

죽은 개를 안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아빠가 노랫소리를 키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가수처럼 되고 싶었다

사랑스러운 얼굴로 사랑에 대해 말하면 사랑을 받는

빛 아래 서 있는 게 일인 사람

 

안고 있지 마

그만 내려놔

아빠가 말하고

 

죽은 개는 내 품속에서

점점 딱딱해지고 있지만

 

학교에서 청소를 하면서 배운 것

딱딱한 것과 부드러운 것을 서로 문지르면

딱딱한 것은 깨끗해지고

부드러운 것은 더러워진다

 

소나기 같은 힘과

유리창 같은 마음일지라도

 

일정한 박자로 흔들리는

엄마 아빠의 뒤통수를 보면서

 

넓게 비어 있는

나의 오른편을 보면서

 

언젠가

이빨을 드러내며 뒷걸음질 쳤던

현관문을 열자마자 뛰쳐나갔던 개의 모습을 떠올렸다

 

개는 이제 힘이 없고 마음이 없고

죽음이라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개가 죽었는데

세상은 끝나지 않고

 

창밖을 보니

길이 꽉꽉 막히고 있다

 

멈춰 있는 것 같아도

다들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끝내고 혹은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멀지 않은 곳을 오랫동안

기어가는 것이다

 

안고 있지 마

그만 내려놔

죽은 개가 말한다

 

점점 더 커지는

발랄한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으로 죽은 개 대신

죽은 개의 시간을 살아갈 결심을 한다

 

 

 

 

 

이수빈 시인

2004년 서울 출생

2025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