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개의 얼굴

장희수 - 2025년 가을호

2025-08-11

낱개의 얼굴

 

 

 

장희수

 

 

 

걷어찬 돌멩이가 시원찮게 굴러가는데

조금 전 네가 한 말이 떠오른다

 

너는 왜 슬픈 생각만 해?

 

돌멩이를 가장 오래된 역사라고 불러본다

우주에서

가장 멍청한

 

지구 바깥에서 걷어차인 돌멩이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우리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슬픈 생각을 하는 누군가를 위해

 

강으로 가자 예쁜 돌멩이가 아주 많아, 처음 보는 돌멩이도

낯설지 않은 이유

 

누군가의 얼굴이 이처럼 깨져 있다는 사실에

안심해보고

 

바위는 아직 표정을 배우지 못했으므로

 

그러니까

4월에는 별똥별이 쏟아진다지

 

누군가를 위해 주기적으로

대신 울어보는 표정으로

 

무슨 소원 빌었어, 네가 묻는다

별똥별이 자주 떨어지면 좋겠어, 하고 말하면

 

가장 모난 돌멩이를 하나 주워든다 많이 부딪힌 것일수록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

 

어느새 속이 꽉 찬 듯 단단해지는 얼굴을 하고

주먹을 공중에 쏘아 올리면

 

떨어지는 모습을

누군가 볼 수 있을 것이다

 

깨져버리는

낱개의 것들의

모습으로

 

 

 

장희수 시인

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