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A
허이서 - 2025년 가을호
2025-08-11현장A
허이서
악바리 혀 둘이 난투극을 벌인다
와장창, 맥주병 깨지는 소리
꼬부라진 혀가 여자를 때리고
상대방 남자의 자존심이 추락하는 사이
경찰이 들이닥친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여자의 신경질적인 눈동자 속에 있던
패악들이 슬금슬금 달아난다
테이블 위에는 널브러진 욕설과
김빠진 밤 열한 시가 뒤섞여 있다
경찰은 이런 일은 별일 아니라는 듯
행패 부리던 손님에게 술값을 치르게 한다
아직 분이 덜 풀린 남자는
술값에 바가지를 얹었다고 씩씩거리며
요란스럽게 술집을 빠져나간다
아이 둘 데리고 생계를 꾸려가는 여자
여름 땡볕처럼 운다
시원하고 상큼한 맥주처럼 살지 못하고
갈증을 느끼던 날들을 털어놓는데
경찰들이 떠나버린다
자신의 몸을 줍듯 여자가 맥주병 파편을 줍는다
허이서 시인
계간 <애지> 2022년 가을호 신인문학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