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우리 일몰
김규성 - 2025년 가을호
2025-08-11두우리 일몰
김규성
고향 바다 속눈썹이 초야(初夜)의 화장보다 짙다
몇 올의 남은 시간에만 방점을 찍는 시계추는
오늘의 자장가일까 내일의 조기체조일까
천지의 가장 가파른 적벽 눈금을
구름 몇과 수평선이 가쁜 숨으로 나누고 있다
파도 위의 고독은 한낱 남들의 것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나보다 먼저 도착한
내가 참으로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애무하며
늙은 태양의 가시에
영원의 본색을 감춘 금광이여
녹야원의 사슴이 사막의 초원을 벗는 순간까지
최초의 한 마디를 어디에 새길까
어디선가
무수하게 미리 불러온 이방의 진혼곡을
이번 생에는 눈으로 듣다가
누군가 가만히 운다, 울음이
저만치 어둠을 떨치는 윤슬 메아리로 번진다
김규성 시인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중심의 거처』외 3권, 산문집 『모경』외 3권.
평론집 『남도 시의 현재와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