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사회 예찬風으로
박찬일 - 2025년 가을호
2025-08-11영웅사회 예찬풍風으로
박찬일
왜인가, 비가 쏟아지지 않는 거 왜인가
울분사회의 울분은 鬱憤이라 쓰(기도 하)고 의학어 수준으로는 embitterment으로 쓴다(고 한다). 우울과 분노는 어때?
분노는 하지 못할 것이 없으니, 우울의 종착지로 해.
규율사회 피로사회 울분사회로 됐다, 예상된 수순이었지 않나.
긍정도 도수度數가 있지, 안 보이는데 어떡해
장님과 성공한 재벌은 세 번째 가능성의 부인. 잠자는 자본주의가 모순형용이고 잠자는 자본주의의 총수
왜 하루 비가 오다 말다 하고 오늘은 쾌청인가
시비걸 게 따로 없다, 나날들에 시비건다
날씨에 수동적 인생이다,
뭐 하나 자립적으로 할 게 없으니, 분울하다.
울분사회가 대놓고 자살사회가 된다. 하루에 반도半島 남쪽에서만 35명 이상이 자살한(다고 한)다. 자살하는 인간이지 뭐.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살하는 호모 속屬이다. 호모 시시포스, ㅡ비(非)인간이란 무엇인가
서남아시아, 혹은 남유럽, 혹은 북아프리카 인도, ─죽여주는 사람이 대접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극도로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이 만연한 염세사회에서, 죽여주면 탱큐,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죽이고 죽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한)다.
고대도, 로마에서도 많이 했다. ─이상한 게 아니다.
조선 말, 제국 초, 조선인도 툭하면, 걸핏하면, 쉽사리, 목을 매달았다. 서양 선교사가 전하면서 이상하다 놀랐다 한다, ─이상하다. 놀랐다
박찬일 시인
1993년 계간 <현대시사상>에 ‘갈릴레오 연작시’ 발표로 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