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마을

공광규 - 2025년 가을호

2025-08-11

오무마을

 

 

 

공광규

 

 

 

왕피천 상류 오무마을은

내 친구 고향인 울진과 마주하고 있는

길이 끝나 돌아 나와야 하는 오지

 

여남은 가구 시골집과

척박한 비탈 밭에

고추와 감자와 수박이 뒹굴고 있다

 

옛날에는 화전민이 살았고

오랫동안 길도 전기도 전화도 없는

오지의 끝판왕이었다고 한다

 

아침에 걷는 돌밭은

흙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는데

바위가 오줌을 싸서 그렇다고 한다

 

대구나 안동에서 첫차를 타도

대중교통으로는 당일치기가 안 된다는

밤하늘보호공원 마을

 

메기와 꺽지와 버들치를 끓이고

다슬기를 내오고

머루와 다래와 산딸기가 지천인 마을

 

 

 

 

 

공광규 시인

1986년 월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서사시 동해』와 산문집 『맑은 슬픔』 등.

윤동주상, 신석정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