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하여 생각하는 날
이영춘 - 2025년 가을호
2025-08-11사람에 대하여 생각하는 날
이영춘
가난한 소년공이었던 000은 대통령이 되고
어리석은 용, 000은 스스로 제 목에 제 칼끝을 곶도 감옥행이 되고
우리들은 붕어 가재 개구리가 산다는 하천바닥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주인”이라는 명구를 믿으며
붕어 개구리 가재로 열심히 헤엄치며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데 힘을 쏟으려” 해도
상천 물고기 떼들의 밥이 될 때가 많다
아침저녁 거울 속에서 가재 붕어 개구리들의 혓바닥을 생각하며
혓바닥에서 튕겨져 나오는 오물, 오물에 귀가 젖기도 하고
바짝 말라비틀어진 개구리가 되기도 한다
하천 바닥에서 이 세상 등지고 떠난 선비들은 지금 어느 산 중에서
호랑이의 밥이 되었을까 이슬이 되었을까
나 홀로 눈 뜨고 생각해 보는 하천 바닥의 악다구니 생生들,
저문 산에 해는 지고 둥그렇게 눈 뜨고 일어서는 둥근 햇살의 아침
하천의 붕어 가재 개구리 새끼들의 혓바닥 튕기는 소리에
말초신경 한 끝이 한 옥타브 올라가 파波, 파破, 검은 파열음으로 갈라진다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따뜻한 편지』,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 『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
시선집: 『들풀』, 『오줌발, 별꽃무늬』,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등.
수상: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유심작품상특별상. 김삿갓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