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집과 맨드라미

김찬옥 - 2026년 봄호

2026-01-27

  너와집과 맨드라미

 

 

  김찬옥

 

 

 

  산비탈에 걸린 너와집 한 채
  여름새가 부르는 휘파람 소리도 아닌데
  나는 으스스한 마당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백 년은 묵은 듯한 집,
  한 철 운행되는 맨드라미 기차역이다

  꽃 벼슬 속에는
  지도에도 없는 정거장이 살고 있었다
  험한 길들이 하나로 모여 받드는 봉우리,
  머리에 쓴 관은 몸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

 

  그 관을 머리에 올려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견뎠을까
  휘청거릴 여유도 없이 곧게 일어선 꽃

 

  바람은 봉우리 주변을 맴돌기 마련이지
  벼슬이 버거우면 꺾일 수도 있는 거란다
  바람과 맞서지 말고 그 관을 오래도록 지키자

 

  몸 안에 쉴 그늘 한 칸 만들지 않고 달려와
  그 끝에서 피워낸 꽃
  한 생을 밝힘으로 끝나지 않고
  대대손손 번창할 형상이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맨드라미 기차의 선로를 펼쳐 본다
  겹겹이 포개진 그 길을 따라가면
  아직 가보지 못한 다른 길을 접할지도 몰라

 

  종이학을 접듯 나를 접는다

  최대한 작게,

  아무리 접어봐도 꽃조차 되지 못한다
  머리 위엔 꼬깃꼬깃한 종이학 하나 얹힐 뿐,

 

  가자 꽃아,
  맨드라미 기차를 타고 떠나자
  나의 화단이 번창하도록 너를 우우 파종하리라

 

  누가 너의 출처를 묻거든 아무것도 모른다 하거라

 

 

 

 

 

  
  김찬옥 시인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벚꽃 고양이』『웃음을 굽는 빵집』등

  디카시집:『물보라 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