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공중
송재학 - 2026년 봄호
2026-01-29친밀한 공중*
송재학
좁은 면적을 살아가는 나무/들
무성한 잎을 빌릴 수 있기에
어두운 부분은 죄다 뿌리에 떠넘기고
집 떠난 소년처럼
휘청거리면서
홀로라는 상승이 필요하다는 소년
기꺼이 피를 흘리겠다는 다짐 위로
명왕성에 가까운 공중을 만들겠다는
나무와 소년의 생각은
가끔
여우비와 함께 낮잠을 취한다
상승은 나무가 숨긴 고독
초록 속에 나이테가 생기는 계단
나무백과사전의 중간 페이지에서
상승이 심연의 굴곡임을 알게 된 나무는
집을 그리워하는 소년처럼 외로웠다
허공을 움켜 잡으려는 나뭇잎들은
아에이오우 소리를 반복하는데
바람이 되받아서 잎새처럼
자신도 나뉜다는 걸 알게 된다
터져 나오는 울음이 나뭇잎을 닮은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상승할 때마다 나의 어둠은
지하실 아래 어딘가에 쌓여가는 것처럼
* 로렌 벌랜트가 제기한 용어로, 일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유대된 느슨한 집단, 또는 정체성의 공유로 형성되는 공동체적 공간을 의미한다.
송재학 시인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계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외
수상: 소월시문학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