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먼지떨이

안은숙 - 2026년 봄호

2026-01-31

  꼬리와 먼지떨이

 

 

 

  안은숙

 

 

 

  꼬리를 얻으려고

  몸통과 머리를 버린 경우를 들고

  기껏 먼지나 털고 있는 난,

  가끔 꼬리를 못 찾아서

  한참 집안을 뒤집을 때가 있다

 

  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고기를 찾다가

  아차, 생각난 듯 발견한 꼬리

 

  적은 돈으로 꼬리를 자를 수도 있다

 

  옴짝달싹 못 하는 꼬리는

  퇴화된 의사意思 하나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창문이 열리고 커튼이 열린 집안은

  꼬리치기 좋은 장소가 되는가

  아슬아슬한 장식들이 쏟아지거나 깨어질 수 있다

 

  꼬리는,

  살랑거리는 허락과 뒷발질이 같이 있다

 

  동물 꼬리는

  사소하게도 먼지를 떨어내거나

  파리를 쫓는 일을 하지만

  먼지떨이는 공중을 채찍질하는 분란으로

  정전기를 일으켜 세운다

 

  이것은 누구의 꼬리일까

  힘이 머리를 앞지르기도 하고

  발보다 더 민첩하게 굴거나 장중하다

 

  만일 오래 밟혀있는 꼬리가 있다면, 몸을 버려야 할 것

 

  꼬리가 지나간 방이

  조용히 가라앉고 있다

 

  다시 공기가 제자리를 찾는다.

 

 

 

 

 

  

  안은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지나간 월요일쯤의 날씨입니다』, 『정오에게 레이스 달아주기』 등.

  동주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