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춤

이정록 - 2026년 봄호

2026-01-31

  어깨춤

 

 

 

  이정록

 

 

 

  친구 명관이는 나보다 세 살이 많았습니다. 가난이 원수지. 명관이는 초등학교 동창생 경숙이네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습니다. 갑자기 이웃집에 살게 된 명관이를 만나면 어디에 눈길을 두어야 할지 마음이 졸아붙었습니다. 한집에서 살던 경숙이와 명관이는 어땠을까요. 명관이는 교복 입은 애들이 사라질 때까지 들녘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중학교 일 학년 가을에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배기 명관이도 상여를 멨습니다. 그런데 명관이가 자꾸만 보폭을 놓쳐서 상여가 비틀거렸습니다. 길바닥에 핀 질경이 씨앗을 피해서 겅중거렸기 때문입니다. 명관이 어머니는 질경이 씨앗을 훑어서 한약방에 내다 팔았습니다. 다음 해엔 꼭 중학교 보내줄게. 철석처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상여 속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명관이 덕분에 할머니가 조붓한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얼마 뒤 명관이 어머니도 질경이씨 쏟아지는 산길을 따라 떠났습니다.

 

 

 

 

 

  

  이정록 시인

  1989년 《대전일보》,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그럴 때가 있다』,『동심언어사전』,『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정말』,『의자』 등.

  청소년시집:『반할 수밖에』,『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까짓것』등.

  김수영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풀꽃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