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가 아니란 소문 들었지?
유수연 - 2026년 봄호
2026-02-06내가 내가 아니란 소문 들었지?
유수연
가짜 금이 돈다
깨물어도 진짜를 구별 못 한다
시중이 잇자국 난 가짜투성이다
촘촘하게 물었다가 놓은
내 사람은 더는 사람 흉내도 못낸다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다고
가치를 잃었다고
그래도 마냥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이제 믿음이 가장 귀하다고
더 오래 물고 놓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무엇을 귀하게 여길지
새롭게 정해야 할 때
그럼 슬픔을 교환하도록 하자
금을 모셔두고
모셔둔 증거가 화폐가 되었다면
모셔둘 수 있는 걸
가치있게 쓸 수 있다면
어쩌면 쓸모있는 슬픔을 활용할 수 있겠다
나는 드디어 외로움은 채우는 게 아니란 걸 알았는데
이건 외투에 풀린 실밥처럼
간지럽고 거슬리는 것
다 풀어버릴 순 없고
힘주어 끊거나 깨물어 끊거나 불로 지져야
풀린 만큼 뜯어낼 수 있으니
긴 외로움이야
더 잘라내기 쉬울 따름이다
문제는 안으로 자라는 수염처럼
고양이의 뱃속처럼
뭉치고 얽혀 나보다 복잡해졌을 때다
다시 어디선가
내 몸에서 놓친 부분에서 불쑥
그만한 실오라기가 생겨난다
그게 마음에 입힌 외투이고
물어줄 사람을 부른다
너무 세게 당기면
모든 걸 쏟아버릴 수 있지
당부의 말과 함께
내 실밥을 다 풀어내면 말이야
놀라지 말고 들어
그 안에 나는 없을 거란다

유수연 시인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