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가 탄 작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돈형 - 2026년 봄호
2026-02-24나는 할머니가 탄 작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돈형
새벽녘
슬픔 없이 앓던 몸이 이불을 끌어 올리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슬픔 없기에 마음가짐을 덜한 탓인지 며칠 미열이 고독하기도 했다
환절이란 말을 알고부터
환장하는 맘을 접었는데
몸이
아직 그 옛날 사랑앓이 같은 환절을 기억하고
나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감춰둔 환장을 찾겠다는 것인지 며칠 콜록이더니 오늘은 기어코 땀을 흘린다
몸아,
그러나 말이다
나는 이제 내 가여운 신에게로 향할 환장도 없다
그래서일까
흥건히 흘리는 식은땀이 양수 같고 몸의 환장 같아 이불을 더 끌어 덮어주는데
딸랑
딸랑
요령 소리 들린다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이돈형 시인
2012 <애지> 등단
시집 : 『잘디잘아서』,『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 등
수상 : 김만중문학상, 선경문학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