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새는 곳으로 떨어지는 뱀처럼  

장유니 - 2026년 봄호

2026-03-16

  시간이 새는 곳으로 떨어지는 뱀처럼

 

 

 

  장유니

 

 

 

  그 찰나에 우리는 오독으로 죄를 짓고 있었죠 천연색으로 물드는 꿈 비눗방울이 방안을 가득 채웠어요 허공을 채운 거울의 중간에서 꿈은 색을 입고 전생은 껍질을 벗고 나와 무럭무럭 자랍니다 당신은 얕은 잠 속에 존재합니다 오랜 잠이 되기도 합니다 자각몽으로 길들여진 나는 나를 길들이는 당신이 좋습니다만 당신은 나의 어머니입니까 나의 애인입니까 나는 종종 당신을 집어 삼키고 날개 달린 거북이로 환생합니다 밤이면 삼킵니다 행방을 삼키고 한낮을 삼키고 입 안 가득했던 문장을 삼키고 영원을 삼키고 전쟁을 삼키고 생을 삼킵니다 나는 스물 한 개의 갱 속에 귀를 기울여 거울의 모퉁이에 접어 넣습니다 거울 속에 사는 당신 무리한 수를 숨기다 죄를 짓고 말았죠 당신을 생각하기 위해 거울 속에 현실을 깨뜨려 넣습니다 당신이 경멸할 때마다 거울이 닳습니다 녹슨 청동 거울과 유리 없는 거울에는 날개 달린 사과 꽃이 피어납니다

 

 

 

 

  

  

   

  장유니 시인

  2019년 계간 <시와표현> 신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