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가까운

차유오 - 2026년 여름호

2026-05-27

  불안에 가까운

 

 

 

  차유오

 

 

 

  친구가 죽었어

  그다음에는 죽은 친구에게 선물받은 선인장이 죽었고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서 있었을 때

 

  그때 너는

  죽은 선인장을 버리라고 말했다

 

  죽은 식물이 불행을 불러온대

 

  자꾸 까먹고 물을 줘서 죽어버린 선인장 그래도 물을 주고 싶던 나의 마음과 너에게는 죽은 식물일 뿐인 선인장 그래도 죽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 나에게는 꼭 죽은 친구 같던 선인장……

 

  그래서 나는 죽은 선인장을 버리지 못했다

 

  버리지 못해 오래된 흙을 퍼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흙을 깔고 그 안에 선인장을 묻었다 그저 버린 체했다

 

  죽은 선인장을 잘 버렸다고 거짓말하기 위해

  시든 식물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제 또 나는 식물을 죽일지 모르니까

 

  주변에는 온통 버려야 할 것 투성이구나

 

  어느 날 선인장은 다시 살아났다 그것을 선물받았던 이유는 여전히 기억하지 못한 채 그 사이에 나는 불행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날들을 보냈고 선인장은 어떤 것도 불러오지 못했다 전부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자라 눈앞에 나타났다

 

  죽은 친구의 몸 안에 씨앗이 있었다면

  다시 자라날 수 있었을까

 

  자라나는 시간이 지나가면 서서히 죽어가고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게 전부라고 여겨질 때

 

  나는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차유오 시인

  202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순수한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