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관찰 일기
안수현 - 2026년 여름호
2026-05-28모래성 관찰 일기
안수현
분명히 쌓았는데 다 뺏겼어
마른 모래는 너무 건조하고
젖은 모래는 너무 축축해서
높이 올라가지 않는 나의 모래성
얕게라도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위에 다시 쌓으면 된다고
자신을 좀 믿어보라고 하던데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모래모래모래모래모래모래모래알
모래알보다도못한나의마음과쓸모
도랑물 모여서 개울물
개울물 모여서 시냇물
시냇물 모여서 큰강물
큰강물 모여서 바닷물
아이고 바닷물이 내 모래알 다 쓸어가네
모래가 진흙이 되어
작아져 흘러갈 만큼
안아줘 뜨겁게
새빨갛게
녹으면
사람이 살아낼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긴 우주를 필요로 하는
사막으로 흘러간 사암의 지층은
빛을 잃었을 줄 알았는데
꽤나 붉은
타들어 가는 심장을 닮았다고 해
풍화되는 데에도 아주 오래 걸리는
바래지 않는 그런 용기를 건지려면
사진이라도 찍어 남겨야겠다,
파도는 이렇게나 파랗고
나의 모래성은 파리하고
조개껍데기에도 베는 살갗처럼
무르고
무르기만 하고
상처 받기를 무를 수 없고
주머니가 온통 물에 젖어 있어
저 멀리 부표 너머로 떠내려간
바닷속 깊이 잠겨버린 나의 붉은 돌

안수현 시인
202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