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멘
소후에 - 2026년 여름호
2026-06-01리멘*
소후에
언제 돌아왔는지, 너는 거실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웃음 섞인 네 목소리가 이리도 생생한데,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누가 풀어놓은 환영인지 환청인지, 쫓아가 따지려 네 운동화에 맨발을 밀어 넣는다. 밀어 다신 돌아오지 않게. 나를 문밖으로 내몰려는 그 순간,
거구의 슬픔이 현관으로 들이닥쳤다. 센서 등이 깜빡였다. 안과 밖의 경계가 생긴 듯. 여긴 어디일까. 서로는 통과되지 않는다.
슬픔은 나를 건너 투명해질까. 그건 사라진 게 아닌데. 죽음을 건너본 사람은 투명해지지 않는다. 죽음을 건너간 사람만 투명해져, 우리는 자주 그들을 잊는 걸까.
잊기 위해 내가 슬픔인지 슬픔이 나인지 모른 채, 서로를 끌어안았다. 뒤엉켜 어둠을 앞질러 흘러가고.
거실엔 햇살이 문밖을 향해 한 뼘씩, 윤을 내고 있다.
있다.(D.C)
* Limen: 라틴어로 문지방이나 현관을 뜻하며, 경계의 의미도 지닌다.

소후에 시인
2024년 <문학수첩> 신인 작가상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