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인씨의 병

정지우 - 2026년 여름호

2026-06-01

  클라인씨의 병

 

 

 

  정지우

 

 

 

  지나가는 여자의 팔목에서

  문을 본 것 같았다

 

  그것이 정말 문이었는지

  아니면 여름의 출입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자주 없는 것을 본다

 

  혼자 있을 때는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지만

  둘이 되면 서로의 경계가 된다

 

  나는 한때 너의 안쪽에 있다고 믿어왔고

  너 역시 나의 안쪽에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쪽이라는 말은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문득 묻게 된다

 

  누가 나갈 것인가

  혹은 이미 나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질문이 생기는 순간

  안과 밖은 이미 자리를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팔월의 팔목을 떠올리며

  나는 문 앞에 서성인다

 

  거기에 신발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사소한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할 수 없지만

  종종 사소한 것들로

  중요한 것을 확인하려 한다

 

  씨앗은 안에 있는 것일까

  밖으로 나가려는 것일까

  혹은 이미 떠난 것의 다른 이름일까

 

  네게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는 말은

  내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고

  우리가 함께 바깥이 되었다는 말은

  머무를 곳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돌은 암수의 구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것들은 누구의 안쪽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갈 곳이 없으니 나올 곳도 필요 없겠지만

  오늘은 구르는 돌도 슬퍼 보인다

 

  내 안에서 한 여자가 신발을 신는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름을 맴돌고 있다

 

  나는 그 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끝내 알지 못한다

 

 

 

 

 

  

  정지우 시인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되어 등단. 

 시집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