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

여태천 - 2026년 가을호

2026-08-15

  모르는 일  

 

 

 

  여태천 

 

 

  

  사람들이 많은 길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

  믿을 수 없었어.

  만약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아마 무서웠을 거야.

 

  어떤 원인도 전조도 없이

 

  내가 그렇게 크게 소리를 낼 수 있다니

  내가 한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다니

  내가 한 사람을 쏘아붙였고

  표정에서 모든 게 끝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때 난 죽음을 상상하고 있었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빨갛게 그을린 얼굴을 보았어.

  시간도 방향도 없이 흘러가는 영혼을

  속수무책으로 커져 버린 영혼을

  군데군데 구멍이 난 영혼을

 

  무서웠어.

 

  정말로 무서운 일이 막 일어날 것처럼

  점점 생각이 커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세포들이 무섭게 번식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집으로 돌아와

  얼굴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꼬박 이틀을 보냈어.

  무서웠으니까.

  먹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봤어.

  어떤 날은 가만히 멈춰 있던 먹구름이 통째

  바다로 무너지기도 했어.

  정말이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지.

 

  어쩌다 모르는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꿈을 꾸게 되었을까?

 

  그 이후로 이상하리만치 자주

  더 많은 죽음을 상상했어.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때마다 영혼은 나를 들쳐업고 죽음에게로 갔어.

  숨이 가라앉는 고요가 지나고

  머릿속을 떠다니는 빛이 보였어.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처럼

  무서웠어.

 

 

 

 

 

   

  여태천(余泰天) 시인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 집 없는 집』,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스윙』,  국외자들 등.

  수상 : 김달진문학상(2026), 편운문학상(2021), 김수영문학상(2008)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