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원

안희연 - 2026년 가을호

2026-08-15

  밀원

 

 

 

  안희연

 

 

 

  피나무는 밀원蜜源식물이다. 꿀벌이 꿀을 찾아 날아드는 나무.

 

  간밤엔 어느 소설 속에서 벌을 불러내기 위해 꿀단지를 들고 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마주쳤는데*

 

  스스로 밀원이 되겠다는 마음, 다쳐도 상관없다는 동작의 끝까지 말없이 따라가 보았다. 벌에 쏘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디에도 벌은 없었어요. 하지만 따끔했고 부어올랐어요. 분명한 날갯짓 소리를 들었거든요. 누군가 백지 위에 내상內傷이라는 글자를 적었던 건지도 몰라요.

 

  내가 피나무로 존재한다면, 벌들을 불러낼 수 있을까. 나의 피나무가 그럴 수 있을까.

 

  피나무의 피는 혈액이 아닌데 나는 자꾸 피나무를 피가 흐르는 나무로 읽는다. 피 흘리는 나무라고도 읽는다. 피나무의 피나무다움을 흠결 없이 지켜줄 수는 없을까.

 

  타오르는 모든 것은 빛과 열을 동반한다. 나는 다시 피나무 곁으로 가본다. 멀리서 보면 불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보일 것이다.

 

    * 폴 윤, 「벌집과 꿀」

 

 

 

 

 

   

  안희연 시인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당근밭 걷기등.

  수상 : 신동엽문학상, 상화시인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