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황유원 - 2026년 가을호
2026-08-15청자
황유원
청자가 되고자 했다
눈은 감고
입은 다물고
그저 청자가 되어
듣고 듣고 듣다
말하는 법 잊고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마저 잊고
그저 불 꺼진 제자리에서
하나의 청자가 되어
비 내리는 소리가 유난히 아름다운 어느
정원에 있고자 했다
듣고 듣고 듣다
온몸이 귀가 되고
천장에서 새는 비가 바닥에 뚝
뚝
떨어질 때까지
버려진 물독처럼 정원 한구석에
놓여 있고자 했다
가슴에 가을 폭우 쏟아져
속이 가을과 폭우로 가득 찼다가
가을이 가고
빗물도 집으로 다
돌아갈 때까지
다만 남은 잠에서
깨어나고자

황유원 시인
2013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 『일요일의 예술가』, 『하얀 사슴 연못』, 『초자연적 3D 프린팅』,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세상의 모든 최대화』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