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아래층
김소희 - 2026년 가을호
2026-08-15토마토 아래층
김소희
그때는 여름을 모르고 지지대를 세웠다
줄기는 창틀을 놓지 않았고
붉은 쪽부터 수평이 틀어지고 있었다
8번가에는 빈 책상이 늘어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차장에 간 골판지 상자들은 저마다 잘린 면을 감추었다
꼭지를 잡아당기자 안쪽에서는 초록 냄새가 우글거렸다
토마토가 달린 쪽으로
기울어진 줄기는 내 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원증을 상자 맨 아래에 밀어 넣고
토마토 화분을 들었다
엘리베이터 문은 한 층씩 지워나갔다
원룸은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햇빛을 가늘게 내준다
화분 밑에는
이력서의 날짜들이 쌓여, 오후를 빨아 먹고 있다
모서리를 삶은 도시
물컹한 여름은 싱크볼의 곡면을 따라 돌고 돈다
며칠째 토마토가 흘러내린다
우기가 시작된다

김소희 시인
2020년 계간 <시산맥> 등단
시집 :『비커가 있는 오후』
수상 : 동주해외신인상, 정지용해외문학상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