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블링

송희지 - 2026년 가을호

2026-08-17

  멈블링

  ː고스트 라이트ghost light    

 

 

  송희지  

 

 

  

  한순간 노수부는

  그물을 끌어 올리던 손을 멈추고

  앞을 보았다.

 

  혼탁했다 온통.

 

  그의 눈이

  말했다. 나는 소강상태야.

  봄과 보지 못함의 전투가

  마무리되자 승자 없는 동공에는

  죽은 상像들만 우글우글

  맺혀 있을 따름이야.

  너는 왜 이 전투를 시작하였어?

  이 전투가 누구의 욕망도

  영혼도 어루만지지 못하고 불처럼

  네 몸을 데울 것을

  태울 것을

  게울 것을 예상하지 못했어?

 

  노수부는

  빈 그물을 끌어 올리듯

  안치 직전의 관을 안듯

  텅 빈 눈을 제 몸으로부터

  덜어냈다.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라서.

 

  눈을 물속으로 던지며

  노수부는

  바랐다. 이 동그란 폐허가

  물살을 타고 국경으로 흘러가서

  소년을 입은 소년들의 기지에까지 다다라서

  그들이 그것을 유리구슬처럼 굴리고

  갖고 놀다가 그 속에서

  그들의 얼굴을, 다름 아닌

  투기되고

  매장된 얼굴들을 보기를

  발견하기를.

 

  견뎌내기를.

 

  노수부가 다시 앞을 보았을 때

  그의 앞에는 살아 있는 노수부 죽어 있는 노수부 들이 두 줄로 서서 가늘고 영원한 강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반투명 거죽에 에워싸여 어떤 광택도 증오도 없어 보였다.

 

  노수부는 선택했다.

 

  멈추지 않기 위해서.

 

 

 

 

 

  

  송희지 시인

  2019년 『시인동네』를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잉걸 설탕』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