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권박 - 2025년 봄호

2025-02-17

 

 

 

 

백색

 

 

권박

 

 

 

누군가 아름답다고 했다. 눈을 떴다. 뜨자마자 허공에 휩쓸렸다. 묵묵히 십계명을 읊고 있는 사람들. 꼭 안고 있었다. 교차로다. 누군가 밤의 은행은 예배당 같다고 했다.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 첨탑은 뾰족하다. 의식을 벗어난 양식은 없다. 미친 신도 없다. 새로운 죄는 있다. 놓친 것이 있으면 놓치지 않는 것도 있다. 나는 멈춰 섰다.

 

 

 

 

 

 

 

 

권박 시인

2012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이해할 차례이다』『아름답습니까』『사랑과 시작』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수상.

 

 

 

 

 

AI 해설

 

 

이 시는 순수와 공허의 경계에서 시작된다. 누군가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화자는 눈을 뜨자마자 허공에 휩쓸리는 경험을 한다. 십계명을 읊는 사람들과 예배당 같은 은행은 신념과 질서가 공존하는 공간을 암시하며, 붉은 벽돌과 뾰족한 첨탑은 전통적인 종교적 구조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미친 신도 없고, 대신 새로운 죄가 등장하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가치와 윤리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차로에 멈춰 선 화자는 놓친 것과 놓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며, 그 앞에 놓인 갈림길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