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군무를 보고 온 날

석미화 - 2025년 봄호

2025-02-17

 

 

 

 

새의 군무를 보고 온 날

 

 

석미화

 

 


6,000
Dandelions

 

6천 개 민들레로 만든 책이래
   
나뭇잎 꽃잎 네잎클로버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흐름만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여기까지다 
검은 눈이 내리고 계엄령이 내려지기 전 너의 말
불가능한 민들레를 꿈꾸고 청단풍을 노래할 수 있고 서로 행운을 빌 수 있는 

 

철새도래지에서 새의 군무를 보고 돌아온 날 그 끄먹거린 빛 꿈까지 이어놓고 싶었다

 

아찔한 붉은 자루 같은 일몰에서 생의 아픈 말이 생각났으나 더 이상 말자, 괜찮아 조심하며 가자 밤이 무사히 완성되리라 

 

6천 개의 민들레가 모여서 그 행간을 휘젓는 바람이 일순간 
  

푸조나무였고 눈에 잘 띄던 빛살이었고 녹음해 온 새의 울음소리 음색을 그리려던

 

햇살을 쬐고 왔으니 오늘은 편안히 잘 수 있겠지 
노란 웃음이 방 안 가득했었지 
 
6,000, Dandelions
 
꽃밭 위 들이닥친 발자국, 짓밟힌 민들레 검은 홀씨

 

 

 

 

 

 

석미화 시인

2010년 <매일신문>, 2014년 <시인수첩> 등단. 시집『당신은 망을 보고 나는 청수박을 먹는다』가 있음.

 

 

 

 

 

 

AI 해설

 

 

이 시는 새의 군무와 6천 개의 민들레를 통해 조화롭고 자유로운 순간을 담아내지만, 동시에 현실의 억압과 상실을 암시한다. ‘검은 눈’과 ‘계엄령’이라는 표현은 자유가 제한되는 순간과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불가능한 민들레’와 ‘청단풍’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이상과 희망을 상징한다. 철새도래지에서 본 장면과 자연의 요소들은 기억과 꿈을 이어가고 싶은 화자의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며, 햇살과 웃음이 공간을 채우는 순간은 희망과 안식을 암시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짓밟힌 민들레와 검은 홀씨는 현실의 무게와 희망이 쉽게 사라지는 덧없음을 강조한다. ‘6,000 Dandelions’라는 반복적인 구절은 개별적인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루며, 유한하지만 지속되는 자연과 꿈의 순환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