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허연 - 2025년 봄호

2025-02-17

 

 

 

 

사막

 

 

허연

 

 

 

사막이 살아나는 걸 본 적이 있다

어제였던 모래알들이

반대 편에 있는 내일이 손짓하자

살아서

군단이 되어 움직인다.

 

오늘쯤에 서 있는 나는

사막의 말을 할 줄 몰라서

 

속상하지만

이들의 거대한 의식에

끼어들 수 없다

 

어제의 언덕이

내일을 살아내는 일

 

수십만 년 동안

자객처럼 해왔던 일

 

사막에선

셀 수 없이 많은

모래 알갱이들 중

겉도는 것들은 하나도 없다

모두 내일로 간다

 

사막의 말을 모르는 자들만이

발이 파묻히는 것도 모른 채

누대의 의식을 지켜본다

 

 

 

 

 

 

 

허연 시인

1991년 <현대시세계>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나쁜 소년이 서 있다』『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한국출판학술상 등 수상.

 

 

 

 

AI 해설

 

 

이 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막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과 존재의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모래알들은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며, 거대한 자연의 일부로서 조화롭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outsider(외부인)들은 사막의 질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사막은 스스로의 언어로 살아가며, 그 흐름을 모르는 자들만이 멈춰 서서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