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아닌 호흡들

김광호 - 2023년 봄호

2025-02-19

 

 

 

 

숨이 아닌 호흡들

 

 

김광호

 

 

 

평범하고 못생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예쁜 어항에 넣어두고 싶다

 

죽을 것 같으면

조금씩 산소를 공급해주는 못된 주인이 되어

 

죽을 것 같으면

참았던 숨을 쉬어

 

음파 음파

 

동네 수영장 초급자 레인 그 중간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는

 

그 많은 운동 중에 왜 수영을 배워야 했니?

 

수모를 쓰고

수경을 쓰면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그러면 기억하는 일도 없고

 

모임엔 나가지 않는 편

 

투명색 어항이 초록색이 되었다

 

어항의 물은 죽은 금붕어를 안고

요동치지 않는다

 

죽은 금붕어를 변기에 버리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 되었고

수영장에 가는 저녁이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매일 수영장 물에 나를 던져보려고

 

반대편까지 숨을 쉬지 않고 잠영을 하고 나면

죽을 것 같았다

 

오늘은 잊지 않고

집에 들어가고

어항을 닦고

산소를 공급해주어야지

 

물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참았던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세 번 말해준 이름을

다시 물어오는 회원이 있다

 

가장 흔한 이름을 떠올리고

 

붕어요

金붕어

 

아, 맞다

 

맞다고 말한다

 

갈수록 몸이 쉽게 물에 뜬다

 

변기에 빠진 금붕어의 방식으로

 

내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물이 곧 차오른다고 믿는다

 

오늘은 금붕어가 보이지 않네

수영장을 옮겼대

 

 

 

 

 

 

 

김광호 시인

2020년 <문학사상> 등단.

 

 

 

 

AI 해설

 

 

이 시는 일상의 무료함과 고독 속에서 느끼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은유적으로 그려냅니다. 어항 속 금붕어는 억압된 존재를 상징하며, 수영장 속 화자는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영장에서 숨을 참으며 잠영하는 행위는 삶의 무게를 견디는 모습을, 금붕어의 죽음과 교체는 무감각해진 일상의 반복을 상징합니다. 마지막에 언급된 "수영장을 옮긴" 금붕어는 변화나 이탈을 의미하며, 화자 역시 자신의 존재와 감정의 무게를 조금씩 벗어나려는 모습을 내비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