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혐의에 질문도 포함됩니까
유수진 - 2023년 봄호
2025-02-19
그 혐의에 질문도 포함됩니까
유수진
정오가 받은
혐의가
지금쯤 일직선으로 서 있겠군요.
떨어진 열매에게 씌운 혐의는 꼭지에 있습니까. 계절에 있습니까. 태양의 고도에 따라 길었다가 짧아지고 또 길어지는 혐의를 지지하시겠습니까.
질문이.
던지는 쪽에 있는지 아니면 받는 쪽에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두고 온 질문이 있습니까. 돌아가는 질문은요. 비가 쏟은 질문이 지붕이 되었으니 혐의는요. 거절의 넓이쯤이려나요.
향기가 꽃이 던지는 질문이라면, 그렇다면 꽃에게 혐의가 있습니까.
어떤 열매는 껍질을 두 겹이나 둘렀습니다. 오후 여섯 시는 껍질이 몇 겹이나 될까요. 밤 열한 시에는 껍질에 불이 들어올까요.
도대체 지구는 우주의 어디쯤에 있습니까.
달의 옆에 지구가 있다면 달은 우주의 어디쯤에 있습니까.
지구는 낮이 산 하나를 넘어간 어둠을 가졌군요. 그런 지구를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우주는 지구가 던진 질문일까요.
지구의 밤은 너무 완벽합니다.
차라리 지구에게 혐의를 두면 어떻겠습니까.
유수진 시인
2015년 《시문학》, 2021년 《전북일보》, 2022년 제10회 <4·3평화문학상> 등단.
AI 해설
이 시는 존재와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물과 현상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합니다. ‘혐의’라는 단어를 통해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인식을 연결하고, 질문과 답의 경계를 흐립니다. 떨어진 열매, 꽃의 향기, 지구와 우주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려는 시적 화자의 혼란과 궁금증을 표현합니다. 결국, 이 모든 질문은 세상과 존재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탐색을 상징하며, 불완전한 세계를 사랑할 수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