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부터

권박 - 2023년 봄호

2025-02-19

 

 

 

 

에서부터

솜씨 좋은 어부는 환상을 그럴듯하게 꿰맵니다.

환상을 덧대 피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시다.

 

 

 

권박

 

 

 

화성. 뜻이 통하여 번성하였으면 합니다.1)

수리남. 당신의 신과 함께하길 기도해요.2)

이태원. 길손이 안전히 머무르길 바라며.3)

 

솜씨 나쁜 시인인 나는 진실을

윤리와 애도를 덧대 꿰맵니다.

마음을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일은 자신의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하는 사람 같습니다. 같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네덜란드령이었던 동인도의 바타비아를 떠올립니다.

가짜 인어 사건은 식민지에서부터 비롯된 것인데요.

 

환상. 고통을 아름답게 소문내는, 사기꾼.

원숭이 상반신과 물고기 하반신을 꿰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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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12월 17일 화성시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인 신상공개와 함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공식 사건 명칭이 변경되었다.

2)《수리남Narco-Saints》(2022)의 기획 당시 제목은 ‘수리남(Suriname)’이었다. 수리남 정부는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부터 외교 채널 등을 통해 항의의 뜻을 전해왔고, 넷플릭스 코리아에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고 한다. 외교부의 중재로 한국어 제목은 그대로 두고 영어 제목을 ‘Narco-Saints’로 변경하였으나 논란이 불식되지는 않았다.

3) mbc는 언론사 최초로 ‘10.26 참사’로 보도하였다.

 

 

 

 

 

 

 

권박 시인

2012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이해할 차례이다』『아름답습니까』가 있음. 제38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AI 해설

 

 

이 시는 사건, 장소, 그리고 환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진실과 왜곡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피지, 화성, 수리남, 이태원과 같은 장소들은 각기 다른 사건과 의미를 지니지만, 모두가 사회적 시선과 왜곡된 이미지에 휩싸여 있습니다. 시인은 "솜씨 좋은 어부"와 "솜씨 나쁜 시인"을 대비시켜, 진실을 포장하거나 애도와 윤리로 덧대는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환상과 현실, 고통과 미화가 얽히며, 결국 진실을 꿰매는 행위 자체가 왜곡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가짜 인어"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