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땠나요?
석미화 - 2023년 봄호
2025-02-19
오늘 하루 어땠나요?
석미화
나는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 종일 허둥댔다는 말은
선량한 당신들에게 정직하지 않은 말이 되었다
당신들에게서 마른 잎인 채 암흑이 오는 밤
영원히 삭제된 풍경을 보내오는 한밤
무릎 꿇고 용기를 달라고 기도할 때라고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열락하지 마라
두려움의 먹이였다고 생각하지 마라
매일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되면
영원토록 그 일을 하게 될 것 같아
부끄럽고 무서워졌다
세상 끝은 아직 멀었지
제 풀에 죽을 것 같아 검푸르러졌다
한여름에도 얼음을 이고 있는 당신들
뜨거움이 녹아내리는 표정은 과장되지 않았다
여기만 아니면 될 것 같아
산을 떠나면서 섬에게 안부를 묻고 있었다
오늘 하루 어땠나요
대부분의 당신들이 나에게서 무사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산란하는 안부를 묻고 있었다
당신들의 눈빛에서 내 눈빛을 가리면
슬쩍 초사흘 눈썹달이 걸렸다
석미화 시인
2010년《매일신문》, 2014년《시인수첩》 등단. 시집『당신은 망을 보고 나는 청수박을 먹는다』가 있음.
AI 해설
이 시는 타인의 안부를 묻는 행위를 통해 소통과 고립, 위로와 두려움의 이중적인 감정을 담아냅니다. 화자는 안부를 묻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 행위가 점차 부담과 두려움으로 변해감을 느낍니다. 세상과 사람들의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위로하려는 마음과 스스로의 불안이 교차하며, 안부를 묻는 말마저 산란하고 무거워집니다. '초사흘 눈썹달'처럼 희미하고 가벼운 존재감을 통해 화자는 타인과의 거리감을 표현하며, 결국 안부란 진심과 불안을 동시에 담은 말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