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박연준 - 2023년 봄호

2025-02-19

 

 

 

 

수업시간

 

 

 박연준

 

 

 

어른들 잡으러 갈래?

어른들 잡아서 어른이 되자

 

아이는 펜을 쥐고 있다

테이블은 높고 넓고 깨끗하다

 

이곳에서 바보가 탄생한다

 

바보는 맛있고

바보는 부드럽고

바보는 확연하다

 

아무에게나 동정 받고 잘근잘근 씹힌다

누구에게나 침 발리고 돌돌돌 사탕처럼 포장되는

 

애라고 할 수 없는 애들이

자라면 정말 애가 되는 놀이

 

아이는 테이블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어른을 잡으러 다니는 비가 온다

낙심한 얼굴로

비가 오면

 

아이가 엄마를 잃었다고 생각했다가

엄마가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하다가

 

 

 

 

 

 

 

박연준 시인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베누스 푸디카』『밤, 비, 뱀』이 있음.

 

 

 

 

AI 해설

 

 

이 시는 성장과 순수함의 상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풍자합니다. "어른들 잡아서 어른이 되자"는 구절은 순수한 아이의 놀이 같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의 모순과 인위성을 드러냅니다. '바보'라는 존재는 순수하거나 순진한 사람을 상징하며, 사회에 의해 이용당하고 포장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아이와 엄마의 상실감을 묘사한 부분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과 외로움을 표현합니다. 이 시는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순수함과 그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담고 있습니다.